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퍼블리시티권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퍼블리시티권 개념을 알아야 한다. 조금 상상하기 힘든데, 비유해보자면 이렇다. 강남역에 가면, 등짝에 어학원 광고 X배너를 지고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어학원에서는 시간당 얼마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을 것이고, 이 사람은 자신의 '등짝'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내놓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조금 더 나가볼까? 미국에서는 한 엄마가 아들의 사립학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마'를 팔았다. 무슨 말인가 하니, 이마에 광고를 새기는 대가로 1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엄마가 이마를 경매에 내놓은 것이니 윤리문제는 논외로 하자) 정리하자면 사람은 등짝도 이마도 팔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 중 일부 다른 것들도 수익창출에 활용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right of commercial appropriation)다. (서울지방법원 1997.11.21 97가합5560 판결)


미국에서 논의되는 퍼블리시티권은 ① 유명한 사람인지를 묻지 않고 특정 자연인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고, ② 그 특정인의 '자기동일성(identity : 특정인의 개성이 표출되는 것으로 성명, 외관, 사진, 음성 등)'에 대한 재산적 가치에 주목하여 인정되는 권리로서, ③ 그 자기동일성이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이를 통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한다(이영록,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연구(I) : 그 주체·객체에 대한 미국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2003, 36쪽)


우선, 퍼블리시티권은 사람, 자연인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그 사람이 유명인이어야 하고, 미국에서는 아니어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말하는 유명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돈이 되는 경우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크게 의미가 있는 요건은 아니다. 다음으로, 성명, 초상, 외관, 사진, 음성 등 특정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아이덴티티가 드러나야 한다. ① 예를 들어, 성명은 어떤 경우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그맨 정형돈의 도니도니 돈까스가 있다. 돈까스를 개발하는 야미푸드는 홈쇼핑 등을 통해 돈까스를 팔았는데, '정형돈의 도니도니'라는 표현이 덧붙으면서 큰 부가가치가 생겨났다. 이런 경우에 정형돈의 성명은 상업적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② 2017년 포브스지 발표에 의하면, 1981년에 사망한 밥 말리는 사후 수입이 약 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밥 말리의 초상을 활용한 굿즈, 밥 말리의 음악성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차용하는 음향기기 등의 판매에서 나오는 수입이다. ③ 또, 위 사진은 미국의 마릴린 먼로 카페의 모습인데, 끝에 TM이라고 트레이드 마크가 붙은 것이 보인다. 마릴린 먼로의 성명과 사진 등을 이용해 이미지를 구성하고 영업을 하는, 대표적인 퍼블리시티권 행사라고 볼 수 있다. ④ 넥슨 게임의 서든어택에는 연예인을 모델링한 아바타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연예인의 신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퍼블리시티권 행사라 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사업을 할 때에, 연예인의 아이덴티티를 활용한다면, 반드시 얼마간의 상업적인 효과를 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함부로 연예인의 사진 음성 등을 쓰다가 소송에 휘말리고는 한다. 법무법인 중에는 저작권, 퍼블리시티권의 침해 사례를 적발하고 사례금을 요구하여 수임료를 받는 곳도 있다. 잘 모르면 큰 손해를 입게 된다.


퍼블리시티권 때문에 일어나는 분쟁 중에 유명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한 한의원이, 광고용으로 애프터스쿨의 유이 이미지를 차용했다. 그 중에서도 유이의 중요한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꿀벅지'를 강조하면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광고했다. 특정인의 아이덴티티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퍼블리시티권이 활용된 사례에 해당한다. 유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며 한의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에서는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퍼블리시권과 초상권 침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한 성형외과는 민효린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버선코'를 강조하면서, 코 성형을 홍보했다. 이때는 민효린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민효린 승소 판결이 나왔다.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퍼블리시티권이 과도하게 보호되면, 그 대가도 있다.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은 마릴린먼로의 이미지를 여러 방식으로 변조했는데, 이미지의 대중화나 복제를 의미하는 중요한 미술사조 팝아트의 시대를 열었다. 요즘 같았으면 바로 퍼블리시티권 소송감이다. 또, 실화나 사회고발 영화도 제작하기 어려워진다. 일일이 동의를 구하고 대가를 전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걸 알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법률에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명문 규정이 없다. 그래서 유이와 민효린의 사례는 아주 비슷해보이지만 결과는 달랐다. 1심과 2심이 다르게 판단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퍼블리시티권 법률을 입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2015년에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 등 22명의 국회의원은 '인격표지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2018년 초 현재 시점에서 법률로 제정된 것은 아니지만, 제정되었을 때 비슷한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세히 읽어보면, 저작재산권을 다루는 원리와 비슷하다. (인격표지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


제1조(목적) 이 법은 개인의 성명·초상 등의 인격표지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그 이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문화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인격표지”란 개인의 성명, 초상, 목소리 등과 그와 유사한 것으로서 그 사람의 특징적 요소가 나타나 있는 것을 말한다.

2. “인격표지권”이란 인격표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②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제1항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저작권법」 제2조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제6조(인격표지의 이용 예시)

이 법에서 인격표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인격표지는 다음에서 예시하는 매체 외에 장래 개발될 표현 수단을 통해 이용되는 행위에도 미친다.

1. 광고, 포스터, 입간판 / 2. 공중의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 / 3. 정기간행물, 허락받지 않은 전기물 / 4. 사진 / 5. 영화, 드라마, 연극 / 6. 음악 / 7. 미술


제8조(보호기간 등)

① 인격표지권은 인격표지권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30년간 존속한다.


제9조(상속)

① 인격표지권은 인격표지권자의 명시적인 반대의사가 없는 한 상속된다. 다만, 그 반대의사 표시로도 제3자의 권리를 해할 수 없다.

② 인격표지권은 유언에 의해 특정인에게 증여할 수 있고, 그 행사 방법 및 범위 등에 조건을 붙이거나 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


제10조(양도)

① 인격표지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② 장래 발생 가능성 있는 인격표지권의 양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 경우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도 이에 반하는 계약은 무효로 한다.


제11조(이용허락)

① 인격표지권자 또는 인격표지권의 승계인(이하 “승계인”이라 한다)은 다른 사람에게 인격표지권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허락을 받은 자(이하 “이용자”라 한다)는 허락받은 이용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인격표지권을 이용할 수 있다.


제13조(인격 훼손에 따른 이용 제한)

① 승계인 또는 이용자는 인격표지권자의 인격을 훼손하는 방법으로 그 인격표지를 이용할 수 없다.

② 인격표지권자와 승계인 또는 이용자가 제1항에 반하는 내용으로 한 계약은 그 부분에 한해 효력이 없다.

③ 인격표지권자의 사망 후에 그의 인격표지를 이용하는 자는 인격표지권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인격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인격표지권자의 명예나 인격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5조(인격표지권의 적용 제외) 다음의 각 호의 경우에는 인격표지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1. 방송, 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로서 광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용

2. 인격표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로부터 적법하게 허락을 받아 인격표지를 이용하여 제조된 제품으로서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제품의 사용

3. 오로지 공중의 일원으로서만 촬영된 사진으로서 특정인의 이름이나 동일성이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사진의 이용


제16조(공정 이용)

① 널리 알려진 인격표지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이용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정당한 범위와 공정한 관행을 판단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1. 이용 목적과 성격

2. 이용의 본질

3. 이용된 양과 질

4. 이용의 경제적 효과 제4장 권리의 침해에 대한 규제


제18조(손해배상의 청구)

① 인격표지권자 또는 승계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인격표지권자 또는 승계인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추정한다.

② 인격표지권자 또는 승계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인격표지권자 또는 승계인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19조(손해액의 인정)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8조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연예기획업계는 환영했다. 연예인의 권리 보호 및 부가가치 창출사업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 방송사는 반대했다. '연평해전', '도가니', '변호사' 등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제작비가 커지는 것은 물론, 악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에서 허락을 하지 않는 경우 사회 고발 영화 소설 등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저작권 관련 법들은 문화예술발전을 가져오는 동시에 창작욕을 낮추는 양면적 성격이 있다.


하여튼, 지금도 판례에 따라 퍼블리시티권은 거의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여러분도 유명인의 아이덴티티를 차용할 때에는 대가를 지불하거나, 무단 차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