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요즘에는 컬렉터들이 신진 작가와 직접 접촉하는 일도 부쩍 많아졌지만, 여전히 컬렉터는 갤러리스트나 아트딜러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일이 많습니다. 작가와 직접 만나든 갤러리스트와 아트딜러를 통해 만나든, 최초로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현장을 1차 시장이라고 합니다. 김정환 저자님의 [샐러리맨 아트 컬렉터]에 의하면 이미 검증된 작품이 나오는 2차 시장에 비해 1차 시장에서는 작가 역량이나 작품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1차 시장에서는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에서 명성이 높은 아트 딜러와 갤러리스트의 안목을 신뢰하며 구매를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갤러리스트와 아트 딜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갤러리스트는 갤러리라는 공간을 기초로 전속 작가를 홍보하고 전시를 기획하여 작품의 매매를 성사시키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아트딜러도 작가를 키우고 작품을 매매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좀 더 거래의 스페셜리스트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보석 같은 작가를 발굴하고, 작가를 홍보하여 작가의 운명을 바꾸고, 작품의 매매에 관한 모든 일을 관장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작가에게는 어떤 갤러리스트나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까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를 스타로 만든 것은 갤러리스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갤러리스트나 아트딜러에게도 어떤 작가를 만나는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들은 작가의 작품이 팔리기 전까지 작품 유지비, 보험료, 임차료, 인건비, 아트페어 참가비 등 막대한 경비를 지출합니다. 제대로 된 안목과 실력이 없는 갤러리스트나 아트딜러는 시간과 돈만 허비하고 작품 매매를 성사시키지 못해 도태됩니다. 그러니까 작가와 갤러리스트, 아트딜러는 공생관계에 있습니다. 갤러리스트와 아트딜러는 작품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것으로 소득을 얻습니다. 분배비율은 서로가 느끼는 가치에 따라 정하기 나름입니다. 이때 작가와 함께 갤러리스트와 아트딜러가 소득을 얻게 되므로, 소득세 문제가 불거집니다.

한편 작품이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 이미 다른 컬렉터가 가지고 있는 작품인데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러면 작품이 시장에 다시 나옵니다. 미술시장에서 중고품 거래는 일반적인 중고거래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때는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이 결정됩니다. 이 거래현장을 2차 시장이라고 합니다. 2차 시장은 아트딜러와 갤러리도 참여하지만 경매회사도 참여합니다. 경매사들은 작품의 거래를 책임지고 매도인과 매수인을 모두 만족시키는 거래의 스페셜리스트이자 미술시장의 꽃입니다. 경매회사는 10∼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도 소득세(법인세) 문제가 불거집니다. 이 장에서는 먼저 개인의 소득을 설명합니다.

(2) 소득구분

1) 사업소득

아트딜러나 갤러리스트들은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직접 작품을 매입하였다가 매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매입하는 순간 작품은 작가 손을 떠나고, 갤러리의 재산이 됩니다. 그리고 작가와 의논은 하겠지만 작품의 가격도 갤러리가 결정하고, 파손위험과 재고위험도 갤러리가 떠안습니다. 이때 갤러리와 딜러는 미술품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개인 사업자 입니다. 미술품 매매가액이 총수입금액이 되고, 작품원가 및 부대비용이 필요경비가 됩니다.

또는 아트딜러와 갤러리스트가 작품 매매 주선만 맡을 수도 있습니다. 경매회사는 작품의 매매만 주선하므로 여기에 속합니다. 이때는 딜러, 갤러리스트, 경매회사가 작품을 소유하지 않고, 작품이 팔리지 않을 때 재고 위험도 작가나 컬렉터가 집니다. 따라서 위탁판매업, 중개알선업에 해당합니다. 위탁수수료가 사업의 총수입금액이 되고, 부대비용이 필요경비가 됩니다.

미술품 소매업이든 위탁판매업이든 영리를 목적으로 자기의 계산과 책임 하에 계속적·반복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통하여 얻는 소득이라면 사업소득이 됩니다.

2) 근로소득

경매회사나 갤러리에 고용된 몸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하고 회사로부터 종속된 지위에서 급여를 받는 경우에는 근로소득이 되겠습니다. 이때 종속된 지위라는 것은, 업무시간, 업무장소에 제약을 받고 업무내용을 지시받는 지위를 의미합니다. 경매사가 자기 능력에 따라 상여금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경매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받는 보수이므로 근로소득입니다.

3) 기타소득

흔하지는 않지만, 본업이 중개가 아닌데 일회적인 인연으로 컬렉터 사이에 다리를 놔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 반복적으로 중개를 한 것이 아니므로, 사업소득이 아닙니다. 기타소득이 됩니다.

기타소득 중에서도 이번 경우에는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여 보수를 받는 19호 일시적 인적용역과 17호 사례금 중 하나로 판정됩니다. 사례금인지를 우선하여 판단하고, 아니면 일시적 인적용역입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6호, 제17호, 제19호) 사례금이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금품 수수의 동기·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대법2013두3818)

일시적 인적용역인지, 사례금 또는 알선수수료인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일시적 인적용역의 대가는 필요경비 60% 의제규정이 적용되지만, 사례금은 필요경비 60% 의제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입증되는 경비만 필요경비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회적인 소개에 경비가 들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소득의 60%를 경비로 봐주는 것은 굉장한 절세효과를 가져옵니다.

한편 아트딜러나 경매사가 중개를 성사시켰는데 고객 변심으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변심한 고객은 10∼30%의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위약금은 작가와 아트딜러의 소득이 됩니다. 이것도 기타소득의 일종입니다. 결코 계속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위약금은 필요경비 의제규정이 없는 소득입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0호)

대법2017두30214, 2017.04.26

위와 같은 소득세법 관련 규정의 내용과 문언 및 규정 체계 등을 종합해 보면, 제19호 각 목의 기타소득은 어느 것이나 ‘인적용역의 제공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여야 하므로, 용역의 제공과 관련하여 얻은 소득이라도 용역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벗어난 경우에는 제19호의 소득으로 볼 수 없다. 제19호에서 제17호의 규정을 적용받는 용역 제공의 대가는 제외한다고 규정한 것도 같은 의미로 이해될 수 있고, 필요경비의 계산에서 제19호의 소득은 최소한 100분의 80을 정률로 산입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제17호의 사례금에 대해서는 일반원칙에 따르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 취지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시적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지급받은 금품이, 제공한 역무나 사무처리의 내용, 당해 금품 수수의 동기와 실질적인 목적, 금액의 규모 및 상대방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용역제공에 대한 보수 등 대가의 성격뿐 아니라 사례금의 성격까지 함께 가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용역에 대한 대가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제19호가 아니라 제17호의 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서면4팀-197, 2006.02.06

사업자가 아닌 거주자가 특수관계가 없는 내국법인을 위하여 재산권에 대한 알선·중개행위를 하고 내국법인으로부터 지급받는 알선수수료는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6호에서 규정하는 기타소득으로서 내국법인으로부터 지급받는 알선수수료 금액 전체가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 것이며, 거주자가 알선·중개행위를 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행위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사업활동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계속성과 반복성이 있다면 같은법 제19조의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3) 그 밖의 프리랜서

1) 아트컨설턴트

취향에 맞는 미술품을 알고 싶거나,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미술품 인테리어를 조언받고 싶을 때는 아트컨설턴트를 찾아야 합니다. 큰 회사의 경우에는 여러 작품을 필요로 하고, 신축건물에도 문화예술진흥법상 조형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트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아트컨설턴트는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소개하고, 대여를 주선하거나 매매를 주선하는 사람이자 조언자입니다.

아트컨설턴트도 아트딜러나 갤러리스트처럼 미술품 매매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러나 갤러리스트가 작가의 편에 있다면, 아트컨설턴트는 컬렉터의 편에서 어드바이스를 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아트딜러는 중간적인 위치에 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아트컨설턴트는 컨설팅 수수료로 소득을 얻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자기의 계산과 책임 하에 계속적·반복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면 사업소득이 되는 것이고, 친한 사람의 부탁으로 한 번 조언을 해준 정도로 사례를 받았다면 기타소득이 되겠습니다.

2) 전시기획자

관객들을 대상으로 전시회를 기획하는 기획자 및 큐레이터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전문 지식과 말솜씨, 그리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작가와 작품과 관객을 이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기획자나 갤러리스트들은 갤러리에 소속되어 작가를 위한 개인전 및 작품 전시를 기획합니다. 어떤 큐레이터들은 미술관에 소속되어 큐레이션을 합니다. 이들이 얻는 소득은 근로소득입니다.

어떤 전시기획자들은 독자적인 안목으로 전시회, 나아가서 거대한 비엔날레를 책임지기도 합니다. 이런 전시기획자들은 업무상 종속관계가 아닌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보수를 받고 있으므로,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업무에 경력이 없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전시 기획자로서 활동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자기의 이름을 걸고 계속 반복적인 활동을 하며 명성을 얻은 자들이 그런 독자적인 기획을 주도하는 위치까지 오릅니다. 따라서 기타소득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대부분 사업소득입니다.

한편 요즘 같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대에서는 비대면 전시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활용하여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도 늘어나고, 사운드와 미술작품을 결합한 컨텐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기획자, 갤러리스트, 큐레이터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유튜브는 수익을 위하여 누적 시청자와 누적 시청시간의 조건을 요구하므로, 필연적으로 계속 반복적인 활동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사업성이 있어, 사업소득자에 해당합니다.

3) 미술품 감정사

미술품 감정사도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위 감정, 가격 감정, 가치 감정을 통해 미술품의 가치와 작가의 명예를 보증하고, 거래의 신뢰를 제공하며, 카탈로그 레조네 제작의 기초를 마련합니다. 나아가 역사적 연구과제, 세법상의 과세표준까지 제시할 수 있는 자가 미술품 감정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유명합니다.

미술품 감정사들은 사진 감정, 출장 감정 등의 방법으로 작품을 감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미술품 감정사보다는, 협회에 소속되어 감정위원으로서 단체 감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등 외국에서는 엑스퍼트(Expert), 컨설턴트(Consultant),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등 명칭으로 개인 감정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감정 기법도 지식과 경험에 기초한 주관적 안목 감정과 과학기법을 활용한 과학 감정을 병용합니다. 특히 과학감정이라고 하면 2016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를 감정하면서, 자외선/적외선 장비, 단층촬영 카메라 장비를 동원했던 프랑스 감정회사 뤼미에르 테크롤로지 광학연구소를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작품 감정료는 감정대상, 감정가격, 작가의 생존 여부, 작품의 크기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개인 미술품 감정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독립하여 계속 반복적으로 자기의 책임과 계산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사업소득으로 과세됩니다. 그러나 우연히 대학교수 같은 분이 일시적으로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감정을 해주고 사례를 받는 경우 기타소득이 될 수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9호)

필요경비 60% 의제 대상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감정을 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자기의 이름을 걸고 계속 반복적으로 활동을 하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경험과 안목을 쌓은 자만이 감정의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사업소득일 것입니다.

4) 비평가, 미술전문기자

비평가와 미술전문기자는 그렇게 미술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 또는 작가도 몰랐던 작가의 의도를 이끌어내고, 대중에게 제시하여, 작가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써 작품의 가치도 밝혀내고, 작가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고, 컬렉터들에게는 제한된 정보를 널리 제공하고, 애호가들에게는 미술계의 이슈와 역사, 미래를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평가와 기자의 말은 기고, 연재, 출판을 통해 텍스트로 전해지거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말로 이루어집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독립하여 계속 반복적으로 자기의 책임과 계산으로 이러한 활동이 이어지는 경우 사업소득으로 과세됩니다. 신문사나 잡지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경우에는 근로소득자가 됩니다. 전문가가 아니지만 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우연히 일시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는 경우에는 기타소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5호) 본업이 있는데도 전문가 못지않게 미술에 식견을 갖추고 좋은 의견을 기고하는 경우는 현실에서 상당히 많습니다. 기타소득 중 일시적 인적용역에 해당하며 필요경비 60% 의제 대상입니다.

(4) 소득세 계산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이 구분되었다면, 여기서부터는 기초다지기의 내용과 작가의 소득세 내용 그대로입니다. 각각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종합소득으로 합산하여 세액을 산출합니다. 이듬해 5월에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를 합니다. 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프리랜서 사업소득자에게는 총수입금액의 3.3%를 원천징수하고, 기타소득자에게는 총수입금액의 8.8%를 원천징수한 뒤 신고 납부합니다. 프리랜서 사업소득자의 경우 작가와 같이 장부를 작성하는 의무를 따져야 하고, 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경비율 문제를 따져야 합니다.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이 정도로 줄이고, 자세한 내용은 앞의 기초다지기편과 작가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