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기주식을 고가로 매입했을 때,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외부회계법인의 평가를 거친 DCF(현금흐름할인법) 가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졌고,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어 과세처분이 취소되었습니다.



사건의 개요


경기도 소재 애니메이션 제작업 법인(이하 “청구법인”)은 2018년 5월, 자기주식 328,000주를 1주당 25,900원(총 84억9,52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이 중 65,600주는 주주 A로부터, 262,400주는 ㈜B로부터 취득했습니다.


청구법인은 당시 세무신고 시,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고가로 매입했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액(1주 9,875원)을 기준으로 시가 초과액 약 52억 원을 손금불산입(기타사외유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이후 A로부터의 고가매입 부분(1주 25,900원 – 9,875원 = 16,025원 × 65,600주 = 약 10억5천만원)을 ‘기타사외유출’이 아닌 배당소득으로 처분하며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했고, 이에 청구법인은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청구법인의 주장 요지


(1) 조세회피 의도 없는 정상거래


청구법인은 모든 주주에게 동일 조건(1주 25,900원)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통보했고,

그중 일부 주주만 매도를 신청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평가한 경제적 합리적 거래이며,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 외부평가에 따른 합리적 주가


청구법인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평가받았으며, 회계법인은 기업가치를 약 850억 원(주당 25,90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는 이후 제3의 회계법인 평가(846억 원)와도 유사했습니다.


또한, 청구법인은 캐릭터 라이선스, 유튜브 콘텐츠 수익 등 무형자산 가치가 높음에도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적 평가방법(순자산가치 + 순손익가치 평균)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3) 시가 인정 범위와 유사 사례


청구법인은 2017년 제3자 간 거래에서 주당 30,480원에 거래된 사례를 제시하며, 이 가격이 시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는 평가기준일 2년 이내 매매가액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93누10293) 및 심판례(조심2013서2893)에서도 1~2년 지난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4) 경영권 분쟁 해소 목적


2018년 당시 2대 주주와의 경영권 분쟁 해소 및 상장 추진 과정에서 대등한 협상을 거쳐 정당하게 결정된 가액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과세관청의 입장


반면 세무서(처분청)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청구법인이 처음부터 스스로 고가매입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법 해석 착오”라는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DCF 평가는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 등 주관적 요소가 크고, 세법상 시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비상장 주식평가심의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았음)


실제 매출 증가율이 평가서 가정보다 낮아, 현금흐름이 과대추정된 평가라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거래가격(30,480원)도 거래 상대방이 장기적 사업관계자였고, 제3자 간 일반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액(9,875원)을 시가로 보고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한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의 판단


조세심판원은 청구법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주요 판단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세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거래로 보기 어렵다.

단순히 특수관계인 간 고가매입이라는 사정만으로 부당행위계산 부인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거래의 배경과 목적이 경영권 분쟁 해소 및 상장 추진이라는 합리적 사유에서 비롯되었고, 외부회계법인의 평가를 거친 가격이므로 비정상적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주주에게 균등한 조건으로 자기주식 매입 통지를 한 점, 일부만 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회계법인의 현금흐름할인법 평가액(25,900원)은 청구법인이나 특정 주주가 자의적으로 정한 금액이 아니며, 시가로서의 합리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보충적 평가법(9,875원)을 적용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을 한 과세처분은 잘못”이라며 소득금액변동통지를 취소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번 사례는 비상장주식의 시가 산정과 부당행위계산 부인 적용 판단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고,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경우 비록 특수관계인 간 거래라도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외부회계법인의 DCF 평가가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액보다 실질적 시가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개매수 방식으로 모든 주주에게 동일 조건을 제시했다면, 특수관계인 거래라 하더라도 형평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거래의 목적·절차·평가방법의 합리성이 세무 리스크를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