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법인인 창작자

세법에서는 소득이 귀속되는 자가 개인이면 소득세를 부과하고, 법인이면 법인세를 부과합니다. 그런데 소득세와 법인세의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배웠습니다. 개인사업자들은 보통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절세를 위해서나 대외신용도 등 필요에 의해 법인설립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과연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도 법인설립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바꿔 표현하면, 창작에 따른 소득, 즉 저작권으로 인한 소득이 법인에 귀속되는 일이 가능할까요? 아래 내용은 최경수 교수님의 [저작권법 개론]을 참고하였습니다.

원래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고,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라고 하기 때문에, 그는 자연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2호) 그러나 저작권법에서는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법인등(법인과 법인격 없는 단체)이 된다고 하여, 법인이 저작자가 될 수 있는 길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9조) 그러므로 일반적인 저작물을 양도 또는 이용허락하여 얻은 소득은 대부분 작가 개인에게 속할 수 밖에 없지만, 법인이 창작하여 만든 업무상저작물을 활용한 소득은 법인의 소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업무상저작물로서 법인이 저작자가 되기 위하여는 아래와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31호)

1) 고용관계

법인등의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법인등이 고용한 자가 저작물을 작성해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근로계약이 고용계약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반대로 민법상 위임이나 도급 계약에 의해 작성된 저작물은 법인등의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없고 수임인 및 수급인이 저작자가 됩니다. 이때 고용과 위임, 도급의 차이까지 설명하자면 너무 깊어지니 생략하고, 고용계약은 피용자가 종속적인 지위에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다는 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2) 법인등의 기획

법인등이 피용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나 구상을 제시하고 지침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표현하면, 법인등의 피용자라고 하더라도 법인의 기획에 따르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여 만든 저작물은 피용자에게 귀속됩니다.

3) 업무상 작성

법인등이 제시한 업무 범위 내에서 피용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저작물을 창작하는 경우여야 합니다. 따라서 피용자가 업무 외적인 상황에서 저작물을 창작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저작자가 됩니다.

4)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거나, 공표 예정인 경우여야 합니다. 이때 공표라는 것은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25호) 공표는 저작물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고, 저작인격권 중 핵심 권리이기도 합니다. (저작권법 제11조) 즉, 법인등이 법인등의 명의로 저작물을 세상에 처음 내놓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법인이 창작자가 되어 수익을 얻는 일은 잘 없을 것 같습니다. ①우선 작가가 창작법인을 설립하고 법인의 근로자로 등록이 되어, 법인의 지시에 따라 작품활동을 해야 할 것이고요, ②③ 법인이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업무상 창작을 하는 모양새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작가 활동을 하다가 창작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갖춰질까요? 여전히 작가 개인의 영감에 따라 자유롭게 작성되는 작품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④ 작가가 자기 작품을 자기 이름이 아니라 법인 이름으로 공표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한다고 하면 컬렉터들이 과연 그 그림을 사게 될까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작가가 창작행위로 소득을 얻는 경우 소득세법이 중요하고, 법인이 작가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양도받거나 이용허락받은 경우에야 비로소 법인세법이 개입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실무에서는 게임회사에 고용된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창작한 창작물이나, 애니메이터들이 창작한 캐릭터 저작물 같은 경우 등 매우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업무상 저작물 이슈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창작법인보다는 작가의 작품유통 및 전반적인 사항을 책임지는 매니지먼트 법인과 같은 형태가 일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