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머털도사 절세도사 김주성 세무사입니다^^

"재산을 신탁에 맡겨두면 더 이상 제 재산이 아니니까 상속세도, 유류분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상속·증여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신탁재산은 민사법적으로는 위탁자의 재산에서 분리된 독립재산이지만, 세법과 유류분 관련 판례는 이를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오늘은 신탁재산이 상속·상속세·유류분에서 각각 어떻게 다뤄지는지 법령과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신탁재산이란 무엇인가요? 


-신탁이란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고, 수탁자가 일정한 목적에 따라 그 재산을 관리·운용하여 수익자에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법률관계를 말합니다(신탁법 제2조)


-최근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재산을 물려주면서도 관리의 연속성과 계획적인 승계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 '유언대용신탁'이나 '수익자연속신탁' 같은 상속설계형 신탁 상품의 활용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속이 개시되면 이 신탁재산을 상속세 신고에 반영해야 하는지,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신탁재산은 법적으로 '독립된 재산'입니다


-신탁법상 신탁재산은 원칙적으로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은 물론 국세 등 체납처분의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신탁법 제22조 제1항). 


-또한 수탁자가 개인적으로 파산하거나 사망하더라도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이나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신탁법 제23조)


-신탁의 목적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신탁재산을 위탁자의 고유재산 및 수탁자의 고유재산 모두로부터 분리해 독립성을 인정하는 취지입니다. 


이 때문에 "신탁으로 넘긴 재산은 더 이상 내 재산이 아니니 상속이나 유류분과는 무관하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세법과 판례의 태도는 이와 다릅니다.






3. 세법은 다르게 봅니다 - 상속세및증여세법 제9조


-상속세및증여세법은 신탁재산의 민사법적 독립성과는 별개로, 신탁을 통한 상속세 회피를 막기 위해 신탁재산을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으로 의제하고 있습니다.

① 피상속인이 신탁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으로 봅니다. 다만 상증세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이미 수익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과세된 신탁이익을 받을 권리의 가액은 상속재산에서 제외됩니다(상증세법 제9조 제1항).


② 반대로 피상속인 본인이 타인이 설정한 신탁의 수익자였던 경우, 그 신탁이익에 상당하는 가액도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상증세법 제9조 제2항).


③ 수익자연속신탁에서 1차 수익자가 사망해 2차 수익자가 새로 수익권을 취득하는 경우, 그 가액은 사망한 1차 수익자의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상증세법 제9조 제3항, 2020.12.22. 신설).


④ 상증세법 제2조 제1호 라목·마목은 신탁법 제59조의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의 수익자연속신탁 자체를 상속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즉 "신탁으로 넘겼으니 상속재산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세법상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9조에 따른 신탁재산 과세 원칙과 예외






4. 신탁이익, 언제를 기준으로 평가할까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이 '언제를 기준으로' 신탁이익의 가액을 산정하느냐입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25조는 원칙적으로 원본이나 수익이 수익자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날을 기준으로 하되, 수익자가 이익을 받기 전에 위탁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일을 기준으로 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탁자가 신탁 해지권, 수익자 지정·변경권, 잔여재산 귀속권 등을 보유해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계약서 문구와 무관하게 실제 지급일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신탁계약서만 보고 '증여가 이미 끝났다'고 안심하기보다는,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어떤 권한을 남겨두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정확한 세무 판단이 가능합니다.






5. 유언대용신탁·수익자연속신탁 - 상속설계의 두 축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는 스스로 수익자가 되어 재산에서 나오는 이익을 누리다가, 사망 후에는 미리 지정해둔 사후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이나 수익권이 넘어가도록 설계하는 신탁입니다(신탁법 제59조). 


-유언과 달리 엄격한 요식행위 없이 계약 체결만으로 효력이 발생하고다른 상속인과의 협의 절차 없이도 재산이 이전된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수익자연속신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차 수익자가 사망한 뒤 2차, 3차 수익자로 수익권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수 있는 신탁입니다(신탁법 제60조). 배우자 사후에는 자녀에게, 자녀 사후에는 손자녀에게 재산이 넘어가도록 다세대에 걸친 승계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신탁법 제59조·제60조 -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 구조






6. 유류분 청구소송에서는 어떻게 다뤄질까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은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가진 재산에 산입될 증여재산을 더한 것입니다(민법 제1113조, 제1114조). 판례는 이때의 '증여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소유권이 넘어간 재산으로 해석해왔습니다(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다13682 판결). 문제는 유언대용신탁처럼 신탁을 통해 재산이 넘어간 경우를 이 틀에 어떻게 포함시키느냐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하급심 판결은 두 갈래로 나뉘어 왔습니다.

① 포함 인정 경향 - 신탁계약을 통한 재산 이전도 실질적으로 무상이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신탁의 수익권이 증여재산 내지 특별수익에 준하는 것으로서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 판결들입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11. 8. 선고 2018나28992 판결,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2. 5. 4. 판결 등).


② 수탁자 면책 판결 - 2024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신탁회사와 같은 수탁자는 위탁자의 재산을 관리·운용하고 보수를 받는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유류분 반환의무를 직접 부담하지 않고, 실제로 이익을 얻은 수익자(공동상속인)가 특별수익으로서 반환의무를 진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7. 3. 선고 2021가합547069 판결).


-아직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수의 학설과 최근 하급심의 흐름은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도 유류분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 방향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다만 반환의 대상이 신탁재산 자체가 아니라 수익권의 가액이라는 점반환의무자가 수탁자가 아니라 수익자라는 점은 실무상 중요한 차이입니다.

유류분 청구소송에서 신탁재산(수익권)의 취급 - 하급심 판례 동향






7. 상속·증여 설계 시 실무 체크포인트


  1. 신탁 가입 여부 확인 - 부동산신탁, 금전신탁, 유언대용신탁 등 피상속인이 생전에 체결한 신탁계약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상속세 신고 누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신탁이익 평가 시점 확인 - 시행령 제25조의 지급시기 판정기준에 따라 원본·수익의 귀속시기를 정확히 따져야 합니다.

  3. 유류분 침해 가능성 사전 점검 - 신탁계약 설계 단계에서부터 각 상속인의 법정상속분과 유류분을 함께 계산해두면 사후 분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4. 세무와 법률의 병행 검토 - 신탁은 세법(상증세법)과 민법(유류분)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접근하는 영역이므로, 세무사와 변호사의 협업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