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이번에는 상속세, 증여세를 신고할 때 가장 먼저 설명드리는 부동산의 재산 평가 규정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세무사와 상담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재산의 평가 부분에 대해 항상 불확실한 대답을 들으셨을텐데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법이 모호하게 되어 있습니다. 재산 평가 규정은 세무사들도 신고서를 작성할 때에 늘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재산 평가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을 쓸 분량이지만, 실무에서 제가 가장 많이 만나는 부동산의 재산 평가만 말씀드립니다. 먼저 법문부터 보시겠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평가의 원칙 등)

① 이 법에 따라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이하 “평가기준일”이라 한다) 현재의 시가(時價)에 따른다. (생략)

② 제1항에 따른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수용가격ㆍ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

③ 제1항을 적용할 때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재산의 종류, 규모, 거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제61조부터 제65조까지에 규정된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본다.

1. 시가 대원칙

세법에서는 재산의 가액은 시가에 따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라고 합니다.

① 불특정 다수인이란, 상대방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과 나와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 그 관계가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는 걸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가끔 실거래가 신고 데이터를 보다보면, 가격 추세와 현저하게 동떨어진 실거래가 찍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부모-자식이나 기타 특수관계 사이에서 매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에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관계성이 가격에 감안되었으므로, 그것을 시가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②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자유롭다는 뜻은, 협상력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매도인이 급매를 하거나, 매수인이 급매를 하는 등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가격은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 화재나 수해, 균열 등 때문에 부동산이 상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 물건이 통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시가라는 것은 정말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요소에만 영향을 받아 시장기구에 의해 성립되는, 다른 외부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격을 시가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에서 시가란 무엇일까요? 내가 가진 물건이 불특정 다수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된다면 통상 얼마일까요? 증여와 상속 때문에 평가를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팔아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네이버부동산의 같은 단지 아파트 호가가 시가가 될 수 있을까요? 그 물건은 우리 집과 층수, 면적, 방향, 컨디션에서 똑같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면 내가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 매물을 내놓고 싶은 가격이 시가가 될 수 있을까요? 호가는 매도인의 희망가격일 뿐 거래가 이루어진 가격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부동산의 시가라는 것을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세법에서는 시가에 포함되는 것이라면서 몇 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매매사실이 있는 경우의 가격, 수용가격, 공매가격, 감정가격(이하 매매등 가액)입니다. 수용가격과 공매가격은 상대가 건설관계법 상의 사업시행자 또는 국가라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역시 매매사례라고 할 수 있으므로, 하나로 묶어서 봐도 좋습니다. 결국 매매사례가 있거나 감정가가 있으면 이것을 시가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법문에서는 분명 시가에는 매매등 가액이 “포함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가에는 매매등 가액도 포함되지만 다른 것도 시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매매등 가액을 규정한 것은 예시규정인 것처럼 말합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드러납니다. 매매사례가 있어도, 감정가가 있어도, 시가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하면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무사들이 신고가액에 대해서 확답을 못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무에서 매매등 가액을 이런 이유로 거절당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법보다 경험치를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매매등 가액을 잘 따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매매등 가액은 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시가의 대표적인 예시라면, 적어도 다른 가액이 등장하더라도 대등한 위치에서 타당성을 다퉈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호하게 만들어 놓은 법문상의 리스크가 늘 존재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대법2000두5098(2001.08.21)

법 제60조 제2항의 문언상 시가가 수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가로 인정되는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의 위임에 의한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는 상속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예시한 것에 불과하며, 한편 시가란 원칙적으로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를 의미하지만 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된 가액도 포함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대법2008두8512(2010.01.28)

이와 같이 상증법 제60조는 제1항에서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평가에 있어서 시가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제2항에서 그 시가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서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것이어야 함을 전제로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대략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바, 이에 따른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에서 과세대상인 당해 재산에 대한 거래가액 등을 시가로 규정한 것은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예시한 것이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5098 판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