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과세요건 (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14항)
그러면 이제 미술품 양도소득의 요건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기타소득은 소득원천설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미술품의 양도가 과세되는지를 요건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작품은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면서, 동시에 사업소득 아닌 무조건 기타소득으로 과세됩니다. 반대로 표현하면,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작품은 ①사업소득에 해당하면 사업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②기타소득으로도 과세되지 않아 세금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잘 해석하여야 합니다.
1) 2013년 이후의 양도
미술품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20년이 넘는 오랜 논란 끝에 시행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과세되기 시작한 것 2013년 1월 1일부터였습니다. 이것도 계속해서 연기를 거듭한 끝에 2013년에 시행되었습니다. 따라서, 2012년 12월 31일까지 미술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세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던 상태라 과세되지 않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참고로 알아둡시다. 아래는 본격 시행 2년 전의 사례입니다.
법규소득2010-287, 2010.10.12
신청의 사실관계와 같이, 사업자가 아닌 거주자가 소장하고 있는 골동품(도자기)을 2010.12.31 이전에 양도하는 경우 해당 골동품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과세되지 아니하는 것임
2)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원작자의 작품은 제외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원작자의 작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비과세되면 가격이 낮아져 유통이 원활해지고 유통과정에서 소득을 얻는 아트딜러, 갤러리스트, 경매사들의 몫도 커집니다. 또한 컬렉터들도 세부담 없이 작품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원작자의 작품을 많이 찾게 되어 작가들도 좋습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됩니다.
국내 원작자 개념에 주의해야 합니다. 원래 세법에서는 국적 개념보다는 거주자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원작자’에서 국내란, 거주자를 말하는 것인지, 대한민국 국적을 말하는 것인지가 모호합니다.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국내 원작자란, 양도일 현재 ①대한민국 국적자인 원작자로서 생존한 자와, ②국적은 외국이지만 세법상 거주자로서 국내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하는 자를 말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적 원작자에 대해서는 주로 작품활동을 어디에서 하는지 묻지 않지만, 외국인인 거주자 원작자는 국내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미술품을 거래하기로 하면, 작가 국적, 활동 공간, 생존 여부부터 제일 먼저 조사해야겠습니다.
기획재정부소득-84, 2020.02.12
「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14항 단서에서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원작자’는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대한민국 국적자인 원작자와 국내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양도일 현재 「소득세법」 제1조의2 제1항 제1호의 거주자인 외국인 원작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만, 외국인 원작자가 국내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하는지 여부는 사실 판단할 사항입니다.
3) 열거한 작품
소득세는 소득원천설을 따르므로, 법문에 열거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법문에는 과세대상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습니다.
1. 서화·골동품 중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
가. 회화, 데생, 파스텔{손으로 그린 것에 한정하며, 도안과 장식한 가공품은 제외한다} 및 콜라주와 이와 유사한 장식판
나. 오리지널 판화·인쇄화 및 석판화
다. 골동품(제작 후 100년을 넘은 것에 한정한다)
2. 제1호의 서화·골동품 외에 역사상·예술상 가치가 있는 서화·골동품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하여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것
①열거된 것이 아니면 과세되지 않기 때문에, 위 내용에 써 있지 않은 조각품은 과세대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조각품은 소득세로부터 자유로운 것일까요? 개인 컬렉터가 조각을 매매하는 경우에는 기타소득에 열거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 반복적으로 조각품을 매매하는 경우에도 사업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미술품 양도소득 과세 초창기부터 이어져 온 해석입니다. 그러나 작가나 사업장 있는 아트딜러가 조각을 매매하는 경우에는 기타소득은 아닐지언정 사업성에 따라 사업소득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서면법규 -733, 2013.06.25
귀 질의의 경우,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1조 제12항에 따른 과세대상 서화·골동품에는 조각작품은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②법문에 의하면 도안도 과세 제외됩니다. 도안이란 미술작품의 아이디어를 설계하여 나타낸 것을 말합니다. 특히 공공미술이나 개념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페인팅이나 드로잉, 오브제를 판매하는 작가들처럼 작품을 팔 수가 없다 보니, 아이디어 스케치를 팔거나, 공공미술의 축소모형을 팔거나 하여 작품비를 마련합니다. 이 경우 개인 컬렉터들 사이의 도안의 매매는 기타소득으로 과세되지 않으므로 현행법상 과세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작가나 아트딜러가 매매하는 경우는 역시 사업성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③회화, 데생, 파스텔화는 손으로 그린 것에 한정하여 과세하고, 장식한 가공품은 기타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이 문구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과세제외하겠다는 의미보다는 사업소득으로 판단해보라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작품을 손으로 그린게 아니라면 기계장치나 AI를 활용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물적시설이 있다고 볼 수 있게 되고, 기타소득으로는 과세 제외될지 몰라도 사업소득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장식한 가공품도 가공품(加工品)이라는 표현에 미루어 사업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손으로 그리지 않은 회화 등이나 가공품을 생산하기 위해 물적 시설을 갖춘 것은 작가나 갤러리지, 그 작품을 산 개인 컬렉터가 무슨 상관일까? 이런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적시설 없고 사업자등록 없는 개인 컬렉터가 미술품을 매매하면 어떤 경우에도 기타소득 분리과세로 납세의무를 종결시키려고 법까지 바꾸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법 구조상으로 보면 손으로 그리지 않은 회화 등이나 가공품은 [기타소득에 열거되어 있지 않은 항목]인 동시에 [개인 컬렉터가 양도하는 경우 무조건 기타소득으로 보는 항목]에서도 벗어나기 때문에, 마치 사업성이 있으면 사업소득으로 과세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판화는 오리지널만 무조건 기타소득으로 과세합니다. 그런데 판화는 복제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판화와 오리지널이라는 단어는 서로 모순으로 느껴집니다. 오리지널 판화란, 예술가의 손으로 만들어져 고유한 넘버를 부여받은 작품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복제 판화란 작가가 아닌 갤러리 등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생산해낸 작품으로 해석되어 사업소득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복제 판화 역시도 [개인 컬렉터가 양도하는 경우 무조건 기타소득으로 보는 항목]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사업성이 있으면 사업소득으로 과세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③골동품은 제작 후 100년이 넘은 것을 기타소득으로 봅니다. 골동품은 오래된 기물을 말하므로, 100년이 되지 않은 것은 기물의 속성에 주목하여 소득을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골동품에 대해서 50년이라는 기준으로 기억하고 계신 분도 있으실텐데요, 50년 기준 문화재보호법 제41조
은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매매업자가 매매에 대해 정부 심사를 받는 기준 (문화재보호법 제75조 제1항, 제2항)으로 세법과는 다른 기준이므로 참고로 알아둡니다.
서면소득2015-1267, 2015.07.23
[질의] 질의자는 비사업자로서 오랫동안 수집해 온 골동품(고가구, 나막신, 절구통, 패랭이 등)을 일괄로 박물관에 양도, 비사업자인 거주자가 골동품을 박물관에 양도하는 경우 과세여부
[회신] 귀 질의의 경우, 비사업자가 양도하는 골동품이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5호와 같은법 시행령 제41조 제13항에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것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과세되는 것이며 그 외의 경우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4) 양도가액 6천만원
열거된 작품이라도 개당/점당/조당 양도가액이 6천만원이 넘는 것만 과세합니다. 이때 ‘조’라는 것은 개별소비세법에 따르면 2개 이상이 함께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보통 짝을 이루어 거래되는 것을 말합니다. 미술의 세계에서는 작품 크기를 지칭할 때 ‘호’라는 단위를 쓰는데, 10호가 [53.0CM×45.5CM]정도입니다. 세법에서는 크기와 관계없이, 개, 점, 조의 단위를 쓰고 있습니다.
가액기준을 둔 것은 비교적 소액의 미술품이 컬렉터들 사이에서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도가액 6천만원 미만의 작품은 개인 컬렉터가 계속 반복적으로 거래하더라도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됩니다. 과거부터 그렇게 해석해왔습니다. 그러나 작가 및 사업장 있는 아트딜러의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경우, 단돈 1만원이라도 계속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한 사업소득으로서 과세대상입니다.
소득-111, 2011.01.31
미술품, 공예품, 예술품 등 각종 창작예술품을 소매하는 산업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은 소득세법 제19조에 따른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것이나, 거주자가 사업성이 없이 소장하고 있는 점당 6천만원 미만의 서화를 양도하고 발생한 소득은 같은 법 제21조에 따른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며, 사업성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할 사항입니다.
양도가액은 매매 당사자들이 정합니다. 그렇다면 매매 당사자끼리 합의만 하면 그 가격이 양도가액이 될까요? 6천만원 아래로 가격을 정하면 그대로 인정할까요? 매매 당사자 사이에 특수관계가 없다면 이해관계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대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특수관계는 다릅니다. 납세자가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인하여 그 소득에 대한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세청이 세금을 다시 계산합니다. (소득세법 제41조 제1항) 이것을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라고 합니다. 특수관계자는 가족이나 경제적 연관관계가 있는 사이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부당하지 않을까요?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3억 이상 나거나, 5% 이상 나는 경우 부당하다고 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98조 제2항) 시가는 얼마일까요? 시가는 다음을 차례로 적용합니다. 1) 불특정다수(제3자) 사이에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이 있으면 그 가격(정상가격), 2)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있는 감정평가업자가 감정한 가액이 있는 경우 그 가액. 3) 상속세 및 증여세의 평가방법, 순서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98조 제3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 제2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2조 제2항 제2호) 상속세 및 증여세의 평가법은 이 책 후반부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5) 문화재, 박물관/미술관 양도 비과세
과세요건을 충족해 과세대상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아직 비과세가 될 여지가 남았습니다. 그 미술품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미술품이거나, 미술품을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인 경우는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습니다. (소득세법 제12조 제5호 바목, 사목)
국가지정문화재는 대체로 국가가 사들이는 경우가 많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작품을 사들이는 경우 공익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 컬렉터의 뜻에 따라 작품을 모아 새로운 미술관을 세워서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공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비과세로 정했습니다. 이때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6조에 따른 등록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라고 지칭하지 않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이어도 괜찮을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