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납세의무자는 각 세목의 법정신고기한까지 세법에 따른 신고해야 할 세액을 정확히 신고·납부해야합니다. 만약 신고해야 할 세액보다 적게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세무조사 등을 통하여 납부해야할 세액과 이에 대한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과소신고 및 무신고가 과세권자를 '속이는 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며, 가산세를 보다 무겁게 매기고 있습니다.
과세권자를 ‘속이는 행위’란 조세범 처벌법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으며, 국세기본법을 비롯한 각종 세법에서 해당 규정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조문의 제7호는 그 밖에 위계에 의한 행위 또는 부정한 행위라고 규정하여 원래의 구성요건을 재차 반복한 것처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호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가 제7호의 포괄조항에 의해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미신고나 허위신고 등에 이른 경위 및 사실과 상위한 정도, 허위의 방식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 및 높은 세율의 가산세 부담뿐만 아니라 조세포탈 관련 형사책임과 같은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2.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한 처벌
<1> 형사처벌
우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포탈 형사범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조세포탈범은 고의범이지 목적범은 아니므로 이러한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가 있다고 함은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할 목적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
국세 등의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되는 날까지 부과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과할 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부정한 행위가 있으면 부과제척기간이 길어집니다.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과세권자가 부과권을 제때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국세를 과소신고하는 경우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지만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는 경우 10년이 적용됩니다.
<3> 높은 세율의 가산세 부담
납세의무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신고기한까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해야 할 세액보다 적게 신고하는 경우에 가산세를 매기게 됩니다.
국세를 과소신고시 가산세는 납부해야 할 세액의 10%를 추가로 부과하며 무신고는 20%를 부과하지만,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40%의 높은 세율의 가산세를 부담하게 됩니다.
3. 부정한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
<1> 조세포탈에 대한 인식(고의)
어떠한 행위가 부정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한 경우이어야 합니다. 조세포탈이 고의가 없다면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조세포탈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해서 부정한 행위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세포탈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음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조세범 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한 행위에는 조세 포탈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행위로 인하여 조세 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조세 포탈의 범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결하고 있습니다.
<2> 적극적 행위(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
적극적 부정행위는 은닉의도를 가지고 하는 적극적 행위로서 과세권자에 대한 기망의도를 의미합니다. 세수의 감소를 인식하면서 은닉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 소득은닉 행위가 과세권자를 기망할 의도에 기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망할 의도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기망할 의도이어야 하며, 단순히 과세권자를 기망할 의도로는 부족하다고 보여지며, 은닉행위와 그 전후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과소신고, 무신고만으로는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없고, 허위 계약서의 작성, 허위 회계장부 작성, 타인 명의를 이용하여 과세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조작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판례는 명의위장에 대하여 단순한 명의위장 사실만으로는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없으며, 적극적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만약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면서 허위기장 행위가 수반되는 등 사실관계를 종합했을 때 적극적 행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부정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적극적 행위가 부작위도 포함하는 개념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함께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것도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3> 조세수입의 감소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조세수입의 감소의 결과가 발생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의 경우 실제 금액보다 과다한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더라도 부가가치세의 특정상 공급자가 매출세액을 납부하면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는 없는 것이므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한계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부정한 행위에 대한 판단은 쟁점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세법의 여러 영역에서 부당한 행위의 범위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취지를 반영했지만 실제로 모든 쟁점에 대해 하나의 논리가 적용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과제척기간과 가산세 적용을 비교해보면 부정한 행위 해당에 대한 판단의 기준에 제삼자의 부정한 행위 여부와 조세수입의 감소에 대한 인식의 여부의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장기부과제척기간은 적용될 수 있지만, 행위의 정도에 따라 부당과소신고사산세 부과는 적용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유사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부정한 행위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세포탈의 정도와 전후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부정한 행위의 정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표자가 아닌 사용인 등이 납세자 본인을 속여 조세를 포탈한 경우에도 부정한 행위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5. 정리하며
판례 내용들을 유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정한 행위의 판단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며, 공통된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개별사안을 판단할때는 행위와 조세포탈의 인과관계와 이전에 행하여진 일련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납세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부정한 행위를 하였는지, 세무감소에 대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처벌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행위의 정도를 파악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례별 세무조사 대응 방안